07.14.2021 - By Intermediate Korean
유튜브 https://youtu.be/nyEiG4hkhIw
대본 https://mcdn.podbean.com/mf/web/p6bbpn/Ep34_lanudry.mp3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뿐사뿐 민쌤입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바람도 솔솔 부는 기분 좋은 오후예요. 여러분은 이런 날 뭐 하고 싶으세요? 산이나 들로 나들이를 가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차 한잔하고 싶으신가요? 뭘 해도 잘 어울릴 만한 평온하고 아름다운 날인 거 같아요.
그런데 집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라면, 한번쯤은 ‘이불 널기에 딱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거예요. 이렇게 볕이 좋을 때 이불을 말리면 뽀송뽀송해지거든요. 여러분도 그 기분 좋은 감촉을 아시지요? 일반 빨래도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좋은 곳에 널어 두면 잘 마르잖아요. 여러분 나라에서는 빨래를 해서 어떻게 말리시나요?
미국에서는 세탁기에 빨래를 하고 건조기로 말리는 가정이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빨래 건조대를 이용해요. 빨래 건조대 보신 적 있나요? 빨래를 말리기 위해 사용하는 대를 말하는데 아주 편리해요. 빨래를 하나하나 널 수 있게 되어 있고, 옷걸이를 이용하면 더 많은 빨래를 널 수 있어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한쪽에 두면 되고요. 마당이나 옥상이 있는 집에서는 줄을 매어 빨래를 널기도 하는데, 공간이 좁을 때는 건조대가 딱이지요. 대본 링크를 누르면 건조대 사진을 볼 수 있으니까 참고하세요. 아무튼 자연을 이용해서 빨래를 말렸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셈이지요.
제가 오늘 빨래 얘기를 하는 건 단순히 볕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사실 얼마 전에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빨래 건조대에게 작별 인사를 했거든요. 미국에 와서부터 우리와 함께 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손수건이나 양말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온갖 옷들과 이불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의 모든 빨래들이 이 건조대를 거쳐 갔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한두 달 전부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자꾸 주저앉더라고요. 그러더니 결국은 부서져 버렸지 뭐예요. 그동안 얹어 온 빨래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전에는 건조대를 눈여겨본 적도 없고 말을 걸어 본 적도 없는데, 그렇게 떠나 보내려 하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인사를 하고 보내 주었답니다. “건조대야,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우리 가족이 깨끗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단다.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작별하게 되어 정말 미안해. 안녕, 잘 가!” 건조대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낌없이 자기를 다 주고 떠나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햇살 좋은 오후에 빨래 얘기로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다음 시간에 다른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올게요.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