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좋아해요 

당신이 일할 때 손가락을 꺾는 그 

관절에서 나는 소리까지도 난 좋아요 

그건 당신의 전부를 사랑한다는 얘기

당신의 전부가 되고 싶다는 얘기 

오늘 햇살이 비치는 복도에서 내 그림자를 돌아봤어요 

내 그림자는 

다음에 내가 다시 태어나 사랑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잖아요 

평생 동안 나를 따라다니다 다음 생에 내가 사랑할 사람이 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슬픈 일이에요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를 지켜준 수고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다음 생에선 내 사랑을 받게 된다는...내가 만든 이야기.

그러니까 난 다음 생에서나 당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네요 

그래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그럴 수만 있다면 

그래도 당신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사라져줄게요 

단 지금의 당신 그림자 역시 

다음 생에 사랑해야 할 " 나"라는 거 

그건 잊으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