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루팡.’ 일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타 가는 사람들을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어디에나 월급 루팡은 있지만, 나와 같은 팀에 월급 루팡이 있다면 곤란합니다. 루팡이 하지 않는 일을 내가 다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고민 많은 이들을 위한 경향신문 팟캐스트 12번째 시간에서는 ‘월급 루팡’ 상사 때문에 회사 생활이 괴로운 신입사원 ‘고씨’의 사연을 다뤄보았습니다. 직장생활 1년차인 고씨에게는 어떤 일이든지 일단 미루고 보는 직속 상사 김대리가 있습니다. 부장이 시킨 일에 일단 우렁차게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후 고씨에게 다가와 “들었지?”라고 속삭이는 김대리. 김대리는 사소한 잡무부터 함께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까지 모두 고씨에게 미룹니다. 얄미운 김대리는 마치 자기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양 포장도 잘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격무에 시달리는 고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위염까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왜 대체 남에게 일을 미룰까요. 연차가 쌓일수록 쉽게 꼰대질을 할 수 있는 사회, 개인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시스템 하에서는 김대리같은 ‘월급 루팡’들이 더 쉽게 생겨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혜인 기자와 김여란 기자가 고씨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씨를 위한 오늘의 소설은 허먼 멜빌의 단편 ‘바틀비’입니다. 바틀비는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의 한 법률 사무소에 고용된 서기입니다. 그는 원래 하기로 약속된 서류 베껴쓰는 일 외에는 뭘 시켜도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만 합니다. 고씨는 재미있는 소설 보고 힘내시고, 김 대리는 바틀비같은 후배를 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