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2/13 오늘도 참는다, 짠돌이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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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선배 저 왔어요 12신데.. 점심 안 드세요?"
(나) "(살짝 당황스럽게) 어.. 지금 밥시키긴 할 건데.."
(후배) "선배 뭐 드실 거예요? 선배랑 안 겹치게 다른 걸로
제거 시켜주세요~"
그렇게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면
같이 점심을 먹은 게 어느 덧 2년 째..
나는 작은 핸드메이드 공방을 운영하고 있고,
그녀는 보험 영업을 하는 후배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매번 우리 가게에 와서 점심을 먹고 간다.
사실 어쩌다 한 번씩이면
나도 좋은 마음으로 후배에게 점심 한 끼 사주는 거
기꺼이 할 수 있다.
하지만 2년을 꼬박, 고객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11시 4,50분쯤이면 어김없이 가게에 찾아와서는
점심을 먹고 가는 이 염치없는 후배님이
요즘 나에게 최대의 스트레스다.
한번은 엄마가 보내주신 밑반찬이
아이스박스에 담겨 택배로 왔는데,
이 후배.. 자연스럽게 풀어 헤져서는 반찬을 손으로 집어먹더니
이러는 거다.
(후배) "나 이거 쬐끔씩만 담아주면 안 돼요?
혼자 다 못 먹으니까 많이는 말고.. 맛만 보게"
아 이건 정말 무슨 경우일까?
이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너 물주냐? 여기가 식당이야?"
한 마디 버럭 하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와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둥, 실적이 없다는 둥..
앓는 소리를 해대는 통에 번번이 내가 참자.. 하고 넘어간 게
결국 내 발등을 찍은 꼴이 되고 만 거다.
이런 거 보면 또 아예 눈치가 없는 애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 와서
"야! 니가 계산해!" 말하기도 속 좁아 보이고,
"너 앞으로 오지 마!" 하기도 참 애매하고..
그런데 또 고객과의 약속까지 아예 우리 가게에서 잡는 걸 보면
내가 너무 피해를 보는 거 같아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더치페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다섯 번 사면 한 번만 사는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내 고민이 해결이 될까?
선배노릇 정말 힘들다 힘들어
오늘 일기 보내주신 김지애님께 선물 보내드릴게요.
영화 속 명대사 중에 이런 말 있잖아요.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같은 동네 사는 후배
챙겨주는 마음까지는 딱 좋은데,
지금 상황은 지애님이 베푸신 호의를
후배 분이 아주 당연하게
본인의 권리를 누리는 듯한 상황이 돼 버린 듯해요.
지애님이 운영하고 계신 공방도
엄연히 지애님의 작업장이고 공적인 공간이잖아요.
이럴 땐 딱 잘라서
불편하다, 안 이랬으면 좋겠다.. 말을 해야 된다는 건 아는데,
사실은 그게 안 돼서 제일 고민인 거죠.
괜히 의 상할까봐, 나만 나쁜 사람 될까봐..
그래도 마냥 희생하고 봐주기만 하는 선배!
이건 아닌 거 같아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유지되는 관계가
계속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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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