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2/15 큰딸만 자식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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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4살 차이인 언니는
냉정하고 잔정도 없는 성격이라
부모님이나 나한테 그리 살가운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언니는 늘,
누구보다 부모님의 기대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언제나 언니니까, 언니가 먼저, 언니는 맏이니까..
그래서 나는 언니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게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다 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결혼 하고 부모님 생신날,
내 딴엔 정성을 다해서 이것저것 생신 상을 차렸는데도
부모님은 형부가 사온 회가 맛있다며
역시 큰딸이 최고라는 칭찬만 거듭하셨다.
섭섭했지만, 내 음식이 부족했나.. 싶어
그냥 잊어버리자 했었다.
그리고 친정 부모님과 언니 부부 사이에 오해가 생겨
거의 2년간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사이,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친정에 챙겨야 할 일들이 있으면
내가 나서서 다 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언니와 연락을 하게 되셨다며
그 어느 때보다 좋아하시는 두 분을 보니까,
잘됐다.. 싶으면서도
부모님껜 내가 또 안중에도 없는 자식이 돼 버린 기분이다.
아이 둘 데리고 기차타고 버스타고
서너 시간 걸려 매달 찾아뵙곤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색내고 싶은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부모님께 서운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을까.. 싶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한 이 기분은
어떻게도 설명이 되질 않는다.
서운할 땐 솔직하게 서운하다고 얘길 해야 되나?
아니면.. 언니랑 상관없이
그냥 나 할 것만 잘하면 되는 걸까?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건지..
나이를 먹고 부모가 됐는데도
아직도 어렵고 모르는 것들이 참 많구나..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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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