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2/16 남편의 마음도 때론 여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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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여보! 다음 주 내 생일에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어요?"
안 그래도 나는 아내 생일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초등학교 6학년, 5학년 2학년 우리 삼남매..
겨울방학 동안 어디 제대로 데리고 가지도 못했고 해서
나름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미리 아내 생일에 맞춰 회사에 휴가를 내놓고는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말이다.
말하면 얼마나 좋아할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남편) "나 사실.. 다음 주 당신 생일날이랑 전날 휴가 냈어요~
우리 애들이랑 같이 어디 여행이라도 가요."
엄청 좋아할 거란 기대와는 달리,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아내가 하는 말..
(아내) "근데 여보.. 휴가까진 필요 없는데.."
알고 보니 아내는,
새해 들어 설이며 장인어른 생신까지 치르고 나니,
재정적으로 빠듯하다 싶어서
그냥 생일에 대충 점심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다는 거다.
아내의 설명에도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있으니까
눈치를 살피던 아내가 한톤 높아진 목소리로 다시 말을 꺼냈다.
(아내) "당신이 그렇게까지 생각한 줄도 모르고.. 미안하네~
그래요.. 애들 데리고 1박 2일 정도 계획해 봐요.
당신도 그동안 너무 바빴으니까 좀 쉬고"
아내의 생일도 생일이지만
사실은 내가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회사에서 일은 많고, 사람들 때문에도 힘들어서
이틀만이라도 다 잊어버리고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나름으론 미리 휴가까지 내면서
이벤트라고 준비를 한 거였는데,
아내의 반응이 못내 서운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결혼 14년 동안, 생일 선물은 말도 꺼내지 않는 사람이라
그저 딱히 필요한 게 없나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라고 왜 받고 싶은 선물이 없었을까?
비록, 내가 상상했던 폭발적인 반응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벤트 한 김에 끝까지 제대로
준비 한 번 해봐야겠다.
"여보! 나도 당신 말 한 마디, 반응 하나하나에 상처 받는
여린 남자라는 거.. 알아주세요
우리 여행 가서 아이들이랑 신나게, 재밌게 놀고 옵시다.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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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