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소방간부후보생 시험에서 떨어졌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시험인데
이번에 커트라인이 무려 95점!
점수를 확인하고 나니 더 힘이 빠졌다.
내 점수는 평균 80점을 겨우 넘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험은
합격점과 0.4점 차로 떨어졌고,
세 번째 시험은 3문제 차,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이번 시험에선
커트라인과 무려 15점 차이로 떨어지고 나니까
이건 내 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현직 소방관인 나는,
일반 9급 소방사 시험에 합격해서
7급에 준하는 간부후보생이 되기 위해 시험을 본 건데,
쉽게 말하자면
군대를 갈 때 장교로 가느냐, 일반 사병으로 가느냐..
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
야간 근무를 하고 난 뒤에도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하루에 서너 시간 겨우 자며 공부에 매달렸었다.
그런데 이번엔 생각보다 크게 아쉽지가 않다.
세 번째까진 계속 아쉽게 떨어지니까 충격이 컸는데,
이번엔 그저, ´어? 합격자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없네?´
그러고 나선, 한 숨 한 번 길게 쉬고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한 탄 한 번 더 하고 그걸로 끝!
실패도 자꾸 거듭하다보면
적응이 돼버리는 걸까?
무엇보다, 그동안 시험 공부할 때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제일 미안했다.
이번엔 꼭 합격해서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까지 공부에 매달렸던 시간들을
가족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아이들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다음,
아내에게 특별휴가도 줘야지
그러고 나서 운동이든 공부든,
내가 하고 싶은 게 뭐가 있나..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무엇을 하든,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친구 같은 아빠, 자상한 남편, 멋진 소방관이니까!
언제나 이 커다란 뿌리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