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분양 때부터니까,
어느 덧 여기서 산지도 40년이 다 됐다.
오래 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동네 대소사 하나도 안 빠지게 다 챙기시는
오지랖 넓은 아빠의 성격 때문에,
젊으셨을 때는 아파트 자치회 회장도 하시고
동네 새마을회회장도 역임하셨다.
연세가 드셔서 지금은 건강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고문으로 조언 정도 해주고 계신다.
그러다 한 달 전쯤 아파트 게시판에
자치회장 선거 벽보가 붙었다.
자치회장이 관리비 관리를 잘못해서
구청에 조사받으러 다닌다는 얘기가 있던 터라,
잘리고 새로 뽑나보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다.
그런데, 어제 반상회에 다녀오셔선 상기된 얼굴로
아빠가 그러시는 거다.
(아빠) "여보 딸 나 우리 아파트 자치회장에 선출 됐다"
아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의 속사포 같은 잔소리가 쏟아졌다.
(엄마) "아 정말! 그 골치 아픈 걸 왜 해?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주기적으로 병원에도 가야하고, 약도 꼬박꼬박 먹어야 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얼른 가서 도로 안하겠다고 물러요. 응?"
그렇다고 물러설 아빠가 아니었다.
(아빠) "병원은 가면 되고, 약은 먹으면 되지,
몸 안 좋으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사나?
그리고 당신 생각하는 것보다 나 엄청 건강해요.
팔팔 날아다닌다고. 내 나이가 어때서?
관리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한테 아파트 살림 맡길 바에야,
내가 링거 맞으면서라도 우리 아파트 지켜 낼껴!"
(엄마) "아이고 참나 안중근 의사 나셨네
당장에 그 자리 내려놓고 와요.. 얼른!"
그렇게 엄마가 그렇게 매일 같이 잔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아빠는 한술 더 떠서,
벌써 자치회 임원들 다 만나
봄에 아파트 꽃 심고, 페인트 도색도 새로 하기로 하셨단다.
(아빠) "딸! 아빠가 말이야 요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너무 신나.
요즘은 아빠가 약을 안 먹어도 기운이 막 펄펄 나는 거 같다."
기분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신 우리 아빠..
못 말리는 건 짱구만이 아니었다.
더 이상 우리 아빠도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도 나도
이왕하시는 거 그냥 응원이나 열심히 해드리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아빠에겐 지금 할 일이 있다는 게
최고의 영양제고 힘인 거 같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시는 우리 아빠..
지금이 바로 아빠의 청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