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2/27 다육이 키우기, 육아보다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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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내 책상엔
지난 봄, 남편이 손수 캐서 작은 화분에 심어준 난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위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잘 자란 난은
여름내 은은한 향기로 즐거움을 줬다.
그런데 꽃이 지자 금방 무관심해졌고
급기야는 구석으로 밀려나
모양도 무늬도 똑같은 화분들 사이에서 시들시들 말라갔다.
모두가 꽃과 향기에 감탄을 할 때는
매일매일 눈 맞추고 향기를 맡곤 했는데,
꽃이 졌다고 이렇게 무관심해지다니..
내 간사함이 미안하고 애처로워서
다시 책상 앞에 두고 돌보기 시작했다.
옆 사무실에서 키우는 다육 한 촉을 따서
난 화분 돌 사이에 꽂아 뒀다.
그리고 옆 사무실에서 키우는 다육 한 촉을 따서
난 화분 돌 사이에 꽂아 두었다.
추울까봐 밤에는 24시간 불이 커져 있는 사무실로 옮겨 놓고
낮에는 틈틈이 햇볕을 쐐 주면서
속으로 빌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실수로 화분이 쏟아졌는데,
그때 놀라운 걸 발견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였던 작은 다육이가
옆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촉 하나를 더 달고는,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길고 많은 잔뿌리로
화분의 주인인 난 뿌리를 휘감고 있는 거다.
신기했다. 흙 하나 없는 돌 틈 사이에서 살아남았고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니!
새 화분에 난과 다육이를 옮겨 심었더니
시들시들 말라 가던 난도
조금씩 생기를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부모님이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사람도 화사하게 피어나는 법!
식물들도 사람 마음과 다를 게 없었다.
찬바람이 시샘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이 천천히 오고 있는 요즘..
이제 머지않아 예쁜 꽃들이 지천에 피어나겠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세상의 꽃들에게
눈길도, 애정도, 관심도
듬뿍듬뿍 줘야겠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행복해진다.
오늘 일기 보내주신 김성신님께 선물 보내드릴게요.
좋은 말과 무관심이 식물에게 미치는 영향..
우리 이거 여러 실험을 통해
충분히 잘 알고 있죠.
예쁘다, 잘 자란다, 고맙다 해주면
거짓말처럼 잘 자라고,
밉다, 안 예쁘다.. 하면서 자주 봐주지도 않으면
시들시들 말라간다고 하잖아요.
사람마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관심 받고 애정 받는 기쁨, 그 기운을 잘 알죠.
봄이 우리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힘을 키워가고 있으니까..
우리도 기다리는 마음 잘 키워서
최선을 다해 봄이 키워낸 것들을 봐줘야겠어요.
애정과 고마움과 반가움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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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