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3/15 떠돌이 개도 관심이 필요한 어미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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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일을 하고 있어서 외근이 잦은 편이라
밖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어제도 일을 다 보고는
´아~ 이제 봄이 오고 있구나..´ 천천히 걷다가
골목 어귀에서 개 한 마리와 마주쳤다.
다가오지도 않고 도망을 가지도 않고
느린 걸음으로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까 배가 불룩한 게
새끼를 가진 모양이었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몸을 돌려 골목 구석으로 가더니
뭔가를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슬쩍 다가가서 보니까 빈 컵라면 용기였다.
"아이고 지금 잘 먹어야 새끼를 낳을 텐데.."
순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로 차로 달려가서는
아침에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꺼냈다.
아직도 밥이 따뜻했다.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어미 개에게
최대한 천천히 다가가서는,
빈 컵라면 용기에 밥과 반찬을 덜어주고 뒤로 물러섰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경계하며 나를 쳐다보던 어미 개는
내가 골목 끝까지 빠져나온 걸 확인하자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예쁜 공주님 둘을 모시고 사는 아빠 입장이다 보니,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개의 앙상한 몸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야 지금 도시락 하나 안 먹어도
나가서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지만,
어미 개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마나 오래 돌아다녀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내 아이가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귀하듯,
그 마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하는 게 아닐까?
세상 모든 생명은 귀하고 소중한 거니까.
부디 어미 개가 건강하게
새끼들 잘 낳아서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멀리서 다시 한 번
어미 개의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우리 두 딸들이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가슴 찡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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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