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3/2 도깨비 시장에는 칼국수 도깨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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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도깨비 시장이 있다.
왜 도깨비 시장이라 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어디에나 하나씩은 있을 법한 흔한 시장이다.
평소에는 주로 집근처 마트를 이용하지만
가끔씩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시장에 가는 재미가 있어
가끔은 일부러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간다.
오늘도 시장에 가서 천천히 물건을 구경하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칼국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칼국수집으로 홀리듯 들어갔다.
가격은 2900원.
가격이 싼 대신 계산이며, 겉절이, 물은 셀프다.
내 옆자리에는 중년의 부부가 앉아있고
그 옆자리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셨다.
금세 국수가 나오고 매콤한 겉절이를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후루룩~ 국수를 한 젓가락 드시던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할머니께 겉절이와 앞 접시를 가져다 드린다.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신걸 알고 얼른 챙겨다 드린 거다.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맙다 하시며 칼국수를 맛나게 드신다.
아저씨가 또 일어나신다.
´어, 또 어디 가시지?´
내 눈은 어느새 아저씨를 쫒고 있다.
아저씨는 정수기로 가시더니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
할머니께 가져다 드린다.
갑자기 가슴이 뜨끈해진다.
뜨거운 칼국수 국물을 들이켰기 때문인지
아니면 할머니를 챙겨드리는
따뜻한 아저씨의 마음 때문이었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가슴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공유처럼 키가 크고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진 않지만
이 곳 도깨비시장에는 분명 도깨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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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