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교실은 영어 숙제를 안 해 온 아이들로
시끌벅적 소란스러웠다.
´맞다! 나도 숙제 안했지?´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 숙제를 빌려
정신없이 베껴 쓰기 시작했다.
간신히 숙제를 마쳐서
안도의 한숨을 쉰 것도 잠시,
(선생님) "오늘 며칠이지? 15일이네? 15번! 일어나서 읽어 봐."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나는 단 한 줄도 읽지 못했고,
떨림과 창피함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교실이 조용한 거다.
´이상하다.. 선생님이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시지?´
그러고 한참을 서 있었던 거 같다.
갑자기 어디선가 익숙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학교 가야지 빨리 안 일어나?"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꿈이었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나자,
진짜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중학생 때로 돌아가는 꿈을 꾼 건지..
지금 나는 세 아이의 엄만데 말이다.
아무래도 요즘 딸아이 영어 숙제 시키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이런 꿈을 꾼 모양이다.
왜 알아서 안 할까, 배운 건데도 왜 못 할까..
딸아이를 혼내기만 바빴는데,
생각해보니 그 시절엔 나도 그랬다.
매일 아슬아슬하게 일어나 지각 겨우 면하고,
아침부터 숙제 베끼고,
수업시간에 내 번호 불릴까 긴장하면서!
아이 혼 낼 때마다
"엄마 땐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러니?"
말하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아이보다 덜하진 않았던 거 같다.
꿈속이었지만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고 나니까
오늘은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금 더 참을성 있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결심도 그리 오래 가진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나는,
중학생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세 아이의 엄마라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