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시작한지 어느 새 6년 째..
4단을 땄다고 하면
주위에서 다들 놀라고 신기해하는 눈치다.
어떤 선배는
"너 기합소리는 낼 줄 아냐?" 하며 웃었고,
친구 하나는
"태권도를 왜해? 뭐가 재밌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소개팅에 나가서 취미가 뭐냐는 말에
´태권도´라고 했더니
상대편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태권도 싸움 잘 하시겠네"
사실 나도 왜 태권도를 배우냐고 물으면
이런 이유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긴 어렵다.
지난달엔 학부모님들 앞에서 보여드리는
학예회식 심사를 했다.
그런데 늘 지적 받는 문제점 중에 하나가,
오래 태권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합소리가 어이없을 만큼 수줍고 짧다는 거다.
여자 아이들 장난칠 때 내는 소리처럼
"야! 야!" 이렇게 기합소리를 내니까,
보다 못한 관장님이 한 소리 하셨다.
(관장님) "아이고 이렇게 쑥스러워서 어떡하나?
운동하는데 예쁜 척 해서 뭐하게?
자신감 있게! 배에 힘 딱 주고! 다시 한 번!"
그런데 심사 당일이 되자, 이게 웬일?
어디서 갑자기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우렁찬 기합소리가 나오는 거다.
내 기합소리에 구경 오신 학부모님들이
여기저기서 "아이고 놀래라" 하며 웅성거릴 정도로 말이다.
그날 심사가 끝나자마자
동료들과 관장님이 다들 한마디씩 했다.
(동료) "저거 저거 다 내숭이었구만?"
(관장님) "그러게저 큰 목소리를 어떻게 숨기고 있었대?
오늘 니 기합소리 덕분에 어린 친구들도 덩달아 목소리 커지더라
진짜 잘했어."
내숭은 아니었는데..
그날 심사장의 분위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거 같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걸까?
혹시 나.. 무대 체질인가?
앞으로는 누가, ´왜 태권도를 하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 해야겠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재미´ 때문이라고.
숨어 있던 내 기합소리를 찾아냈으니
앞으로 또 뭘 찾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는 오늘도 태권도장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