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3/23 아버지와 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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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소리가 나서 인터폰 화면을 보니
남편이었다.
(아내) "번호 누르고 들어오면 되지 벨은 왜 눌러? 심심해?"
(남편) "그게 아니고.. 빨리 나와 봐 이 사람아!"
장난기가 살짝 섞인 남편의 흥분된 목소리가 수상했다.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신이 났나 싶어
얼른 밖으로 나갔다.
빌라 현관 앞에 서 있던 남편이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었다.
(남편) "짜잔! 여기를 보세요"
남편이 가리킨 현관 옆에는
남편과 내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예쁜 문패가 달려 있었다.
(아내) "이게 뭐야 창피하게. 요즘 문패 다는 집이" 어디 있어?"
(남편) "뭐 어때? 내 집에 우리가 산다는 표신데."
문패는 예뻤지만,
괜히 쑥스럽고 불편했다.
단독주택이면 몰라도,
여러 가구가 사는 빌라에 문패를 달아 놓은 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문득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우리 집은 해마다 이삿짐을 쌌던 거 같다.
짐 풀고 이제 좀 정리가 됐다 싶으면
또 이삿짐을 싸고, 풀고, 또 싸고..
그땐 포장이사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얼마나 고되던지,
어린 나이에도 ´우리 집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참 간절했었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크고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평생의 꿈이라도 이루신 듯
환하게 웃으며 대문 옆에 문패를 다셨다.
그때의 아버지처럼, 문패를 보며 웃는 남편을 보니까
마음이 울컥했다.
(아내) "그래~ 계속 보니까 좋네. 우리 집 맞네."
슬며시 남편의 팔짱을 끼고
문패를 보면서 나도 슬쩍 따라 웃었다.
매일매일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우리 부부의 이름을 보면서 다짐해야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고,
이렇게 달아 놓은 이름값 하면서 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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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