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오일마다 서는 장날인데도
좌판을 펼쳐 놓은 상인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가게 앞에서 옷가게를 하는 동생이
심심했는지 말을 걸며 들어왔다.
(동생) “언니야 시장에 사람이 왜 이래 없노?
장날인데도 사람이 이래 없으면 우짜노.
사람들 다 꽃구경, 바다 구경 갔는 갑다.
내가 지난 장에 영덕에 갔는데, 거는 사람이 넘쳐나드라”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자 파는 아주머니셨다.
“아이고~ 야들아~ 장사가 안 되도 느무 안 된다.
손님도 없고.. 차 한 잔 마시까?”
지난겨울엔 날씨만 따뜻해지면 괜찮겠지.. 라는 희망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는데,
막상 날씨가 따뜻해졌는데도 장사가 안 되니까
무슨 희망을 또 가져야 하나..
괜히 힘이 빠졌다.
사실, 장사를 접을까도 싶을 때도 있었지만,
어머님 때부터 해온 가게라
쉽게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이 가게 꾸리시면서
어머님은 아들 삼형제를 키우셨고,
쓰러지셔서 병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가게를 지키셨다.
서울에 있는 형님 대신,
둘째인 나에게 이 가게를 물려주시면서
“우리 둘째.. 돈 많이 벌어가 꼭 부자 되그래이” 하셨는데..
아쉽게도 아직 부자는 못 됐고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만 되는 형편이다.
어디 나만 그럴까?
장사하시는 모든 상인들에게 가게는
자신들의 삶의 굳은살이 박여 있는 곳이다.
때로는 아프고 없애고 싶어도
그게 내 인생이지 싶어서 쉽게 떼어낼 수 없는 굳은살!
여자 셋이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니
어느 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펼쳐져 있던 좌판들도 다 걷히고
우리도 슬슬 가게문 닫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빈주머니지만 내일은 두둑해지겠지?
때론 못 미더워도 그런 희망으로 하루하루 사는 거니까,
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거다.
꽃구경, 바다구경만큼 볼 것 많은 시장 구경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