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봤는데
8등을 했다며 시무룩해선 들어왔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잘했는데..
기왕에 큰 결심하고 재수를 시작한 딸아이에겐
조금 맥 빠지는 성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 어렸을 때랑 비교 해보면
사실 너무도 대단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땐 왜 그렇게 공부하는 게 싫었을까?
언니는 늘 일등, 언니는 늘 최고, 언니는 늘 착했던 반면에
난 거의 꼴등, 언제나 최하, 늘 못된 딸이었다.
학창시절 보내면서
엄마에게 못된 말도 많이 했고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철도 참 늦게 들었던 거 같다.
시집갈 때까지도 철딱서니 없는 말만 해댔으니까.
딸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는 편지를 쓸까 했는데,
글을 쓰려면 일단 겁부터 나고
도대체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서
편지를 대신한 게
딸아이가 좋아하는 돈가스 김밥!
돈가스를 넣고 꾹꾹 눌러 김밥을 말면서
그 안에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이게 전부!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좋게
다시 힘내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일 아닐까?
밤에 학원에서 돌아온 딸아이에게
김밥을 짠 하고 내밀었다.
(엄마) "딸! 공부하느라 힘들지?
엄마가 너 주려고 특별히 김밥 말았다"
(딸) "아 진짜 엄마는 너무 도움이 안 돼~!
안 그래도 만날 앉아 있어서 살찌는데
밤에 자꾸 이렇게 맛있는 거 주면 어떡해?
내가 못 살아 정말~"
그러면서도 좋은지
냉큼 김밥 하나를 입에 넣고는 배시시 웃는다.
(엄마) "너 8등 진짜 잘한 거야.
앞으로 더 쭉쭉 올라갈 건데 뭐
처음부터 너무 올라가 있으면 심심하고 불안하잖아"
(딸) "치.. 자기 성적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셔?"
그래.. 이렇게 먹고 웃으면서 스트레스 풀면 되는 거지
서로의 입에 김밥 하나씩 넣어주면서
야밤에 우리 모녀,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