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3/6 그날, 나는 남편에게 등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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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욕조에 따뜻하게 물을 받아서
두 돌 된 딸이랑 목욕 겸 물놀이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까
온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처럼
편안한 게 기분이 좋았다.
아이를 먼저 다 씻겨놓고
대충 마무리해서 나가려고 했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이왕 욕조에 물 가득 받아 놓은 거
제대로 한 번 씻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부리나케 남편을 불렀다.
(나) "여보~ 여기 정리할 게 좀 남아서 그런데
보름이 머리 좀 말려줘"
그렇게 아이를 먼저 내 보내놓고는
혼자 욕조를 차지하고 몸을 푹 담그고 있으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는 거다.
내친 김에 때수건까지 꺼내서는
신나게 몸을 밀기 시작했다.
식은 물을 빼고 따뜻한 물을 다시 채우고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씻고 있다 보니
꽤 오래 있었나 보다.
남편이 욕실 문을 두드리는 거다.
(남편) "당신 아직도 정리하고 있어?
아니, 욕실 정리를 뭐 그렇게 오래 해?
청소할 거 많으면 도와줄까?"
괜찮다고, 금방 나갈 거라고 말하려는 순간
남편이 욕실 문을 벌컥 열었고,
마침 그 때 나는 팔이 닫지 않는 등을 미느라
불편한 자세로 끙끙 거리고 있다가
남편과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 "아 뭐야 왜 맘대로 문을 벌컥벌컥 열고 난리야~
나가 빨리!!"
청소하는 줄 알고 들어온 남편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피식 웃으면서 다가왔다.
(남편) "아니, 씻으면 씻는다고 얘길 하지 사람 참
이리 내봐! 내가 등 밀어줄게."
할 수 없이 남편에게 때수건을 주긴 했는데
아~ 갑자기 허탈해지는 기분이라니!
결혼하면 남편 앞에서는
그 어떤 생리현상도 조심하리라.. 다짐했었는데..
때밀이가 웬 말이야?
이제 우리 부부.. 호형호제 할 일만 남은 건가?
다음부터 때는 꼭 목욕탕에 가서 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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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