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2017/3/8 그녀가 불렀던 분홍 립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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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대학가 앞으로 갔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청춘들의 표정과 웃음소리가
주변을 꽃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꽃샘추위 때문에 볼이 발그레한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돈가스 전문점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 두 학생이 마주 앉았다.
(남학생) "(허세 가득) 뭐 먹고 싶어?
오늘 내가 사는 거니까 마음껏 골라봐.
메뉴판에 있는 거 다 먹어봐도 돼 하하하"
(여학생) "(수줍게) 아 정말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남학생은 뭔가 본심을 감추고 있는 남자 특유의
과장과 허세가 있었고,
여학생은 수줍게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그래.. 나도 너희들처럼
눈부신 청춘의 한 때가 있었다..
아내를 만난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소개팅을 하러 나갔는데
유독 분홍분홍한 입술이 눈에 확 들어왔다.
몇 번 만나고 나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같이 갔다가 노래방에 가게 됐다.
(나) "노래 한 곡 불러 볼래요? 노래 잘 할 거 같은데.."
(아내) "아.. 저.. 노래.. 잘 못하는데 어떡하지..?"
(나) "아.. 불편하면 안 해도 돼요."
(아내) "아뇨 아뇨 한 곡 정돈 뭐.. 괜찮아요. 음.. 그럼 전 이 노래를.."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신중하게 꼭꼭 번호를 눌렀고,
상큼 발랄한 멜로디 맞춰
어깨를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두 번씩
살짝 살짝 튕기면서 그녀가 부른 노래는
바로 ´분홍립스틱´
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분홍 립스틱을 부르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벚꽃 날리던 봄날의 거리를
설레며 함께 걷던 청춘의 한 때..
모처럼 그 시절 기분에 빠져본다.
그때처럼 분홍 립스틱을 자주 바르지도 않고,
설거지 할 때마다
이젠 어깨가 아니라 온 몸으로 노래하는 아내지만
그런 아내가 내 눈엔 여전히 귀엽기만 하다.
올봄엔 아내에게 분홍 립스틱 하나 선물해서
모처럼 연애시절 기분 내며
벚꽃 길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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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By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