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들이 시험을 보러
광주에 갈 일이 있었다.
차로 2시간 거리긴 하지만,
시험이 오전이고 지리도 잘 몰라서
하루 전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하룻밤 묵을만한 곳을 찾고 보라고 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 때 친구가 자기 집에 와서 자고 가라고 했다는 거다.
(엄마) "친구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 다 계실 텐데..
괜히 폐 끼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들) "저도 그래서 걱정했는데, 친구 아버지께서 저녁도 사주신대요."
(엄마) "아이고 죄송하고 감사하네
엄마가 인사 전하더라고 꼭 말씀드리고,
올 때 친구 집 주소 알아와. 알았지?"
다음날, 시험을 보고 저녁에 집에 온 아들은
아침에 친구 어머니가 따뜻한 아침밥도 차려주시고,
친구가 운전해서 시험장에 데려다주고는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려 버스터미널에도 태워줬단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서울로 이사 간 아들 친구 현우가
볼일이 있어서 여수에 내려왔다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다.
밥을 해주면,
(아들친구) "역쉬! 우리 어머니 손맛 짱!
아 이 맛이 너무 그리웠어요 어머니"
이러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게 참 예뻤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서울로 올라간다며 인사를 하는 현우에게
차비하라며 얼마를 쥐어주는데,
아들을 멀리 보내는 서운한 마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란
이렇게 돌고 도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가 베풀어 준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할 일이 생기곤 하니까.
그저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하다보면
그 마음이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돌아오게 되는 게 아닐까?
아들이 받아온 친구의 주소로
여수의 특산품인 멸치 한 박스와 간장게장을 보냈더니,
친구 엄마가 고맙다며 전화를 주셨다.
살다보면 주는 게 받을 때보다 행복하다는 걸
실감할 때가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창밖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따뜻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