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들 어린이집에서 공개수업을 했다.
공개수업의 주제는 ´사자성어´
아들은 꼭 발표를 할 거라면서
집에서도 열심히 사자성어 책을 봤고,
덩달아 남편과 나도 번갈아가며 아들과 사자성어 공부를 했다.
드디어 공개수업 하는 날!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두 명의 아이가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를 내셨다.
(선생님) "여러분~! 여기 그림 보이죠?
그림 속, 이 두 친구의 달리기 실력이 비슷비슷해서
누가 이길지 잘 모르겠네 이걸 사자성어로 뭐라고 할까요?"
순간, ‘아! 어제 공부한 거다!’ 싶어 아들을 쳐다보니
벌써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지목을 받은 아들은 자신 있게 일어나 외쳤다.
(아들) "정답은, ‘막상막회’ 입니다."
아~ 한 글자가 틀렸다.
선생님이 웃으며 다시 기회를 주셨다.
(선생님) “와~ 우리 친구 아주 씩씩하게 발표 잘 했죠?
정답은 ‘막상막하’, 네 글자 중에 딱 한 글자 실수를 했지만
참 잘했어요! 자 그렇다면 이번엔,
방금 말한 ‘막상막하’랑 뜻이 비슷한 두 글자 단어!
뭐가 있을까요?"
그러자 이번에도 우리 아들이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거다.
(아들) "선생님! 그건 ‘박봉’ 이에요."
아들의 대답에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모두 빵 터졌고,
아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어제 사자성어 공부하다가
아들이 귀엽다며 남편이 자꾸 단어로 장난을 치더니,
‘박빙’을 ‘박봉’이라고 한 걸 아이가 그대로 외워버린 거였다.
아우 이 남자 정말!
그래도 난 우리 아들이 참 멋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씩씩하고 당당하게 발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집에 오는 길에 아들이 물었다.
(아들) "엄마! 나 오늘 완전 잘했지? 나 목소리 엄청 크게 말했어!"
(엄마) "그럼 그럼 우리 아들 정말 멋있었어.
어쩜 그렇게 발표를 잘해? 엄마도 좀 배워야겠다."
(아들) "알았어. 오늘 집에 가서 내가 발표하는 거 가르쳐 줄게"
그래.. 지금 당장 문제 하나 맞고 틀리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이렇게 씩씩하게 잘 웃고 잘 놀고 하면서
아이는 더 많은 걸 배워갈 텐데 말이다.
안 그래도 요즘 회사일에 집안일에 힘 쭉 빠져 있었는데,
아들 덕분에 기운이 쑥 올라오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씩씩해질 수 있는지,
또 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지..
우리 아들한테 가르쳐달라고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