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고 있는 2학년 3반, 우리 교실에선
가끔 재미있는 사건들이 생기곤 한다.
지난 주 미술시간, 우리 반 귀염둥이 원준이가
후다닥 그림을 그리더니 다 그렸다며 내미는 거다.
(선생님) "원준아! 이거 뭐하는 그림이야? 어? 친구들이랑 축구하는 그림?
그렇구나 그런데.. 축구하는 친구들이 몸은 있는데
다리가 없네? 우리 조금만 더 그릴까?
축구공도 그리고, 색칠도 하면 훨씬 멋있겠다."
내 말에 원준이는, 더 그리기 귀찮다는 듯
몸을 배배 꼬면서 말했다.
(원준이) "아이잉 엄마아 아니 아니 선생니임 그만 그리면 안 돼요?"
그때, 우리 반 똑순이 유나가
원준이의 실수를 콕 집어냈다.
(유나) "야! 선생님이 엄마냐? 니네 엄마 우리 선생님 닮았어?"
그러자 원준이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던진 한 마디..
(원준이) "야! 너 왜 우리 엄마 욕하냐? 우리 엄마 얼마나 예쁜데!"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쉬는 시간에 현민이가 교탁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책상 위에 있던 내 휴대폰을 보고는 버튼을 꾹 눌렀는데,
휴대폰 배경화면에 저장해 놓은
배우 송중기씨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러는 거다.
(현민이) "선생님! 이 남자랑 사귀어요? 나 이 사람 아는데?"
(선생님) "아니,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선생님이 좋아하는.."
´연예인이야~´ 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현민이가 이렇게 외쳤다.
(현민이) "야~ 선생님 남자 사귀어. 나도 텔레비전에서 봤어."
그 말을 듣고 가만있을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니다.
"나도 선생님 애인이랑 가는 거 봤어!"
근거 없는 얘기부터,
"나도 볼래 나도 사진 보여주세요"
거기다, "선생님! 저 소문 다 낼 거예요 흐흐흐"
귀여운 협박까지!
솔로라 외로운 선생님 마음도 몰라주고. 흑흑
그날 이후부터 학부모님들의 축하와 함께
언제 결혼하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3월이면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꽃 같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만난다.
지금까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던 걸 보면
나는 꽤 행복한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선생님을 들었다 놨다 해도 좋으니까,
귀엽고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
학교 오는 게 늘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나에게도
송중기 같은 애인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