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인 고3 딸아이가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말을 꺼냈다.
(고3) "엄마! 미안한데.. 나 한자 부수 좀 찾아주면 안 될까?
한자시험에 부수문제가 나오는데 찾아야 될 게 좀 많아서..
공부해야 될 것도 많은데..
엄마가 부수 찾아서 동그라미만 좀 해주면 좋겠는데.."
제 딴엔 해보다가 시간이 안 되니
어렵게 말을 꺼낸 모양이었다.
책을 보니 정말 공부해야 할 한자 양이 엄청 많았다.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알았다 하고는,
언제 꺼내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한자사전을 꺼내 들고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사전에서 글자 하나씩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노안까지 온 탓에 아무리 빨리 해도
족히 몇 시간은 걸릴 거 같았다.
반의, 반의, 반도 찾지 못했는데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하나 찾고는 어깨 두드리고
또 하나 찾고는 목운동 하기를 몇 번.
그런데 딸아이가 방에서 나와
내가 한자 찾는 걸 보더니 갑자기 웃음이 빵 터지는 거다.
(고3) "이게 뭐야? 엄마 지금 뭐해?"
(엄마) "뭐하긴.. 한자 부수 찾아달라며? 왜?"
(고3) "아~ 내가 못 살아. 엄마! 그걸 언제 사전에서 일일이 다 찾아
인터넷에서 한자사전에 글자 검색하면 바로 나와.
모르는 글자는 그려서 찾을 수도 있어. 봐봐.
옆에 부수까지 바로바로 나오지? 아 울 엄마 옛날 사람!"
세상에! 한자를 그려서 찾을 수도 있다니!
나 정말 옛날 사람 된 기분이라며
딸아이와 한바탕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웃고 나서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이렇게 세상이 빨라지고 발전을 하는데도
우리 아이들 입시 위주의 공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거다.
중, 고등학생들이 벚꽃의 꽃말을 ´중간고사´라고 부른다는 말에
웃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참 안쓰럽고 안타깝다.
공부하는 딸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조금만 참고 힘내자!" 라는
어쩔 수 없는 뻔한 응원을 해주고 나왔다.
벚꽃도 제대로 구경 못 한 우리 집 고3!
시험 끝나고 나면, 시험지 정답 말고
쇼핑갈까, 맛있는 거 뭐 먹을까, 우리 뭐할까..
고르라고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