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초록색 운동화, 짧은 머리를 잊지 못하다.--여자 

너를 처음 본 건 사진에서였어. 

친구 홈페지에 들었다가 친구가 한강 가서 친구들이랑 찍었다는 사진들 

보다가 니가 찍힌 사진을 처음봤지. 

그때 난 너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했던 거 같아. 니 인상이 너무 좋아서. 

친구만 나올 줄 알았는데 같이 나온 너를 처음 만나던 날. 

내가 니 이름을 아는 척했을 때 넌 놀랐잖아. 

난 니가 내 친구랑 어떤 사인지 조금 많이 궁금했던 것 같아.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정말 알 수 없었어. 

니가 친구를 좋아하는 거 같아 보였고... 

만약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널 좋아하는 건 확실해 보였거든. 

그날 싱겁게 니가 그랬잖아. 

왜 키 큰 사람이 놓은 신발 신고 다니세요? 기분 나쁘게? 

그때 난 너의 키를 봤지. 너는 너의 크지 않은 키를 의식하는 것 같았어. 

그전엔 그런게 눈에도 안 들어왔는데 니가 그말을 하고 나서야 

네 키가 보이고, 네가 신은 초록색 운동화가 보이고, 

짧은 네 머리랑,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이 겨우, 눈에 들어왔지. 

하지만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너 같은 아인, 나같은 아이를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란 확신에 

고개를 여러 번 젓고 또 저었거든. 

그런데 왜 난...다음날, 신발장 문을 열어보다 말고 

굽낮은 신발을 하나쯤 가져보고 싶다고 맘을 먹구서 

한참 동안 시내를 돌아다녀야 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