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6월 하늘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어버린 선인장이 갑자기 말을 하면서 되살아난다거나,

다 써버려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볼펜으로 

몇자를 더 쓸 수 있는 거처럼 

아무튼 내게 기적같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기적은 이미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첨엔 3일이면 그만두게 될지도 모를 감정이라 여겼지만,

벌써 3주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기적이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며칠 전 나는 이런 제안을 했었다.

"내일 모레 일요일에 기차역에서 아침 10시에 만나.

그냥 빈손으로 오기만 하면 돼. 내가 다 준비할게.

가까운 데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지 뭐." 

하지만 그녀는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별말이 없다.

나오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아휴, 속터져.

과연 그녀는 나에게 하루를 내줄까?

그녀와 함께 먹는 도시락이랑 함께 찍는 사진이랑 

그리고 함께 만들어갈 추억들 모두

기차에 다 태우고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그날 아침 태양은 안 떠도 좋으니까 

기적만큼은 꼭 닥쳐왔으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