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가지마 잔인하잖아---남자

그녀가 떠납니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면서 호주로 그녀가 떠난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그녀한테 뭔가 해줄 일들이  

많을 거라 믿었는데, 벌써 그녀가 떠나는 날을 3일 앞두고 있습니다. 

난 그녀에게 커다란 트렁크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잘 구겨 넣기만 하면 

어쩌면 내가 들어갈 수도 있는 커다란 트렁크예요. 

하지만 나를 그안에 넣어 가지고 갈 순 없겠지요. 

그래도 이건 좀 잔인하단 생각이에요. 

어떻게 안 보고 그 많은 날들을 살 수 있을까요? 

우리 만나고부터 이틀에 한번씩은 꼭 얼굴을 봤거든요.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그녀를 최소한 1년에 한번이라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사려면 

전 지금보다 한 스무배, 서른 배는 부자가 되어야겠더라구요. 

난 그녀가 없는 4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 까요? 

맛있는 걸 먹을 때나 친구들하고 술 마실 때도 그녀가 생각날 텐데,

그녀가 떠난 뒤로 꼼짝도 하기 싫어질까봐서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공항에 나갈 때 그녀가 학교 다니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하나를 선물해야 되겠어요. 

아. 맞다. 그 티셔츠에 내 얼굴을 프린트해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