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 사람 이제, 어떡하죠? --남자

난 3이란 숫자를 좋아해서 많은 것들의 비밀 번호가 3333이거나, 

시내 다니는 33번 버스를 탈 때조차 기분이 좋았어요. 

물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예전부터 버릇처럼, 

세명의 친구, 삼총사 결성하기를 좋아했었구요. 

세 명이서 뭘 같이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하나였지만 이번만은 달랐어요.

이번엔 그 삼총사 안에 그녀가 끼여 있었다는 게 문제였거든요. 

1박으로 간 여행이었는데 

한 여자친구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아니, 제가 먼저였다기보다는 그 친구가 좀 신경 쓰이게 하더라구요.

슈퍼 갈 때도 나 빼놓고 둘만 가질 않나,

달랑 의자가 두 개뿐인 민박집 베란다에도 

둘이서만 앉아 있질 않나, 암튼 좀 그랬어요. 

막 화가 나더라구요. 

우정이 우리 세 사람을 지켜줄 거라 굳게 믿었던

내가 이상해서 말이죠.

모두 좋게 지내려고 간 여행인데 

우린 바보들처럼 한 여자를 두고 서로 신경만 쓰느라 

더 피곤해져서 돌아온 꼴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