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더 기다려야 하는 사랑--여자 

지겨워요, 또 술 마셨나 보네요. 

술 마시고 나한테 전화하는 거 싫어서 전화기 꺼놨더니 

어젯밤에 늦게 들어와서 나한테 메일 보냈나 봐요.

그 사람 정말 막무가내예요. 항상 제멋대로구, 맨날 폼만 잡구,

저러다 나무에서 떨어지지 싶어요. 그래서 엉덩이가 빨개지지 싶어요.

내용은 하나 없는데 그림만 좋은 영화 같구요.

정원에 뭘 잔뜩 심어놨는데 꽃 피는 건 하나도 없는 그 사람이 그래요. 

멋진 거 없으면서, 멋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건지,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나 보여야 한다는 콤플렉스가 있는 건지,

그 옆에 있으면 하도 정신이 없어서 가지런히 빗고 나온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모양새가 된다니까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접을까 고민을 해요.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꼭 이 사람,

한없이 쓸쓸해 보이고 측은해 보여서 

한순간, 나를 꼭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놓는다니까요.

그가 뭐라 하더라도 난 당분간 악역을 맡을 거예요.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사람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그렇게 하려구요.

그렇게 된다면 그때부터 사랑하기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