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안부를 들었어, 힘들었어 

그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어요.

"전화번호 있는데 가르쳐줄까?" 하고 친구가 물었어요. 

그동안 나는 나를 돌보느라 그 사람 생각을 하지 못했었어요. 

그 사람 때문에 아님 사랑 때문에라도 

난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훼손됐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나를 좀 돌아보려구, 나를 좀 보살피려구,

난 그 사람을 한번도 떠올린 적 없었어요. 맹세코! 

근데 오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바보가 

여기 있구나 생각하면서 조금 휘청거렸어요.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사람 이름 세 글자가 

나하고 상관없는 게 아닌 거예요.

백만분의 1쯤 되는 확률이겠지만 

설령 그 사람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명랑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그 사람하고 상관없는 거엔 눈길도 안 주던 나였죠. 한때 나는 그랬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턴 세상 모든 걸, 그사람하고 연관짓지 않겠다던

내 다짐들이 비참하게 금이 가고, 짓밟히는 오늘이었어요. 

서로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바꾸자고 했는데 

내가 받아 적은 그 사람 전화번호 가운데 네 개 끝번호가 

우리가 한때 공유했던 그 번호랑 똑같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힘든 건지 

"그래요, 나도 번호를 바꾸긴 했지만 당신처럼 나도 

끝번호, 네 자리만큼은 바꿀 수가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