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habetiii

[9회] 포트폴리오 랭킹 1위 Ralph Gibson - Deja Vu(1972)


Listen Later

*데자뷰?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작품 해설
1970년대에 발표한 작품집 『몽유병자The Somnambulist』, 『데자뷰Deja vu』, 『바다의 날들Days at Sea』을 시작으로 랄프 깁슨은 사진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연다. 그가 보여주는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벗어나거나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을 토대로 한 일종의 “환기”로서의 재현이다. 다시 말해, 그는 현실의 또 다른 반영이자 무의식인 꿈의 세계를 긴장감 넘치는 프레임으로 포착하고 일상 속에서 내재된 미묘한 분위기나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자신이 구축한 프레임을 통해 드러낸다. 이는 사진적 테크닉으로 현실을 전도시켜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른 초현실주의 사진가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초현실적 구성 즉, 현실을 포착하되 그것을 기하학적 구성과 절묘한 균형을 통해 부분적 혹은 단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일상성을 벗어난 프레임에서 초현실적 세계를 추구한 것이다. 랄프 깁슨에게 부분은 전체가 보여주지 않는 혹은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총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인 셈이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기이하고 낯선, 파격적이면서도 엄격한, 간결하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사진은 그의 말처럼 하나의 “사진적 데자뷰”로 작동한다. 따라서 그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기묘하고 낯선 느낌은 그가 포착한 사물 혹은 대상의 질서를 사진으로 재배치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효과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파격적인 대비가 미니멀리즘의 간결함 및 기하학적 추상과 만나 우리에게 대상에 대한 뜻하지 않은 지각방식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이 우리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무의식의 시각화” 때문이다.
글:이미정(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alphabetiiiBy 박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