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는 바로 하나의 철학입니다. 그것은 정신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생산하며 그자체로 하나의 이론이 됩니다. 서양근대철학을 읽는 한 가지 관점이 있다면 그것을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것인데요, 스피노자는 근대 자연과학에 기초가 되는 형이상학, 자연 법칙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존재론을 지시하고 이를 인간과 정치 그리고 윤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적용합니다. 인간도 다른 자연적 사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인과법칙에 따라 존재하는 것으로 보며, 이러한 견해는 당시의 정신세계에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스피노자에 대해 격분한 것은 신학자들만이 아니였습니다. 라이프니쯔를 비롯한 후배 철학자들에게는 스피노자는 극복의 대상이었고 스피노자의 형이상학도 당시 대두된 자연과학에 잠재되어 있던 것임을 모든 철학자들이 예감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스피노자 이전의 철학에서도 스피노자적 철학에 대한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대철학은 스피노자 이전 이후 할 것 없이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반응 내지는 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한 방어로서의 근대철학은 무엇과 싸우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오늘날 우리 시대의 철학에 어떤 결과로 남아 있을까요?
칸트 이전의 근대철학이 근현대 철학의 지양된 시작이라면,칸트는 이 질문들에 새로운 대답을 하면서 전통철학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철학, 오늘날의 철학을 펼쳐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