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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커플들이 가면 안되는 파국 명소하면 덕수궁의 돌담길이죠. 아름다운 경치와 드라마 <도깨비>의 흥행 덕분에 서울 시내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 꼽히지만, 과거 가정법원이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혼하기 위한 길’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훈남훈녀들이 한 장소 때문에 <도깨비>의 명대사 ‘파국이다’ 처럼 새드엔딩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다양한 민간신앙과 민속문화를 가진 타이완에도 이러한 파국 명소가 있는데, 이 중 한국분들이 즐겨가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단수이(淡水) 연인의 다리(情人橋), 타이베이 동물원 근처에 있는 사찰 즈난궁(指南宮), 타이둥(台東) 싼셴타이(三仙台, 삼선대)... 로멘틱한 연인의 다리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플들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도시전설과 같지만 종교적 요소가 가미되면 영향력이 커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명소 외에 장화(彰化)에 있는 팔괘산(八卦山)은 데이트 최악 장소 1위로 꼽힙니다. 장화팔경(彰化八景, 장화 지역에 있는 8개의 풍경)의 으뜸으로 여겨진 팔괘산은 장화를 가장 잘 대표하는 랜드마크인데, 장화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절경 뿐만 아니라 이 곳에 23m 높이의 석가모니 불상이 있습니다. 장화사람들이 이 커다란 불상만 보면 집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신성한 곳은 어떻게 파국 명소가 되었을까요?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설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 커플이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해 결국 팔괘산 불상의 귓불에 목매어 동반자살했는데, 그 후 이 커플은 원혼이 되어 팔괘산에 온 커플들을 저주하고 헤어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팔괘산의 사찰 대불사(大佛寺)에서 여동빈(呂洞賓)이라는 도교신을 모시고 있는데, 여동빈은 연인을 추구하는 데 실패해서 의도적으로 커플들을 헤어지게 한다고 합니다. 여동빈을 모시는 즈난궁, 그리고 전설에서 여동빈이 머물었던 타이둥 싼셴타도 이로 인해 연인과 가면 안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2011년 타이완 대표 여성 그룹 S.H.E(에스에이치이)의 멤버(셀리나)가 팔괘산에서 결혼식을 칠렀고 5년 뒤 이혼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팔괘산에 관한 소문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일부 사람들은 전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집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며, 일부 사람들은 혼인 문제를 팔괘산이나 석가모니 불상의 탓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미신에 얽힌 일은 이성으로 접근하기엔 좀 어려운 것 같죠. 이 연예인은 몇 년 전에 재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팔괘산의 ‘파국 이미지’가 이미 타이완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커플들이 가면 안된다는 소문을 빼면 팔괘산은 여전히 가볼 만한 곳입니다. 팔괘산 대불사에는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 외에 유교의 시조 공자(孔子), 도교에서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신격화된 관우(關羽), 그리고 앞에 언급한 도교 신 여동빈 등을 모시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불사는 유교, 불교, 도교가 어우러진 타이완 종교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찰입니다.
종교적 가치 뿐만 아니라 역사 측면에서도 팔괘산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주 타이완에서 가장 일찍 개발된 도시의 하나인 루강(鹿港)을 소개해 드렸는데, 팔괘산이 위치한 장화시는 루강과 함께 청나라 시대 타이완 중부지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다만 무역으로 발전된 항구도시 루강과 달리 장화시는 정부기관이 많이 있는 행정중심이었습니다. 인근 타이중(台中)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중부 최대도시의 지위를 잃어버리지만, 현재 여전히 장화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행정구역입니다.
또한 타이완섬 서부 물류,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옛날은 청나라에 반항하는 항청운동과 일본에 반항하는 항일운동 등 민중봉기의 거점이었습니다. 당시 봉기를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장화시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성곽으로 해서 장화시는 ‘죽성(竹城)’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팔괘산은 적의 동태를 잘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고지로 자연스럽게 봉기의 근거지로 선택받았습니다. 청나라 시기에 원주민 봉기, 타이완 3대 민중봉기의 하나인 린솽원 사건(林爽文事件)과 다이차오춘(戴潮春事件) 사건 등 모두 팔괘산 일대에 일어났습니다. 1895년 타이완이 일본에 할양된 후 일본에 대항하는 타이완민주국이 설립되어 일본군의 타이완 상륙을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 곳곳에 전쟁이 발생한 가운데, 타이완민주국의 의병들이 팔괘산에서 일본군에게 심한 타격을 주었으나 방력의 수적 차이로 결국 패배했습니다. 장화가 함락된 후 일본군은 타이완 남부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팔괘산의 군사적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팔괘산 전투에서 순국한 선열들을 기념하기 위해 팔괘산에서 평화기념공원(乙未保臺和平紀念公園)이 설립되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일본 기타시라카와노미야 요시히사 친왕이 팔괘산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하는데요. 일본 정부는 친왕이 타이난에서 병사했다고 밝혔으나 지금 팔괘산 석가모니 불상의 위치에서 친왕의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념비는 철거되었고 1956년 같은 자리에 장화 지역을 수호하는 불상이 세워졌습니다. 또한 일본 식민지 시대 해당 기념비 옆에는 온천욕장이 있었습니다. 지금 팔괘산에 가면 ‘온천로’라는 길을 볼 수 있지만 온천이 보이지 않습니다. 팔괘산 일대의 온천수가 이미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장화현정부가 관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거 온천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데 만약 가능한다면 앞으로 팔괘산에서 커다란 불상을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연인과 함께 갈지 말지는 좀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ㅎㅎ!
장화의 종교적 랜드마크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루강에 있는 유리 사찰 후성궁(護聖宮)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마주여신을 모시는 후성궁은 전 세계에서 유리로 지어진 유일한 마주묘이자 타이완의 유리공예와 종교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장화는 타이완 유리산업의 중심으로 타이완 최대의 유리박물관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에 루강에 가시면 유서가 깊은 문화재 뿐만 아니라 타이완유리박물관, 그리고 세계 최초의 유리 사찰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추가로 유리박물관과 후성궁은 연인과 함께 가셔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ㅋㅋ!
엔딩곡으로 (戀戀八卦山)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2023 Rti 팟캐스트 앙케트 조사
By 진옥순, 서승임, 손전홍, 안우산, Rti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커플들이 가면 안되는 파국 명소하면 덕수궁의 돌담길이죠. 아름다운 경치와 드라마 <도깨비>의 흥행 덕분에 서울 시내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 꼽히지만, 과거 가정법원이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혼하기 위한 길’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훈남훈녀들이 한 장소 때문에 <도깨비>의 명대사 ‘파국이다’ 처럼 새드엔딩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다양한 민간신앙과 민속문화를 가진 타이완에도 이러한 파국 명소가 있는데, 이 중 한국분들이 즐겨가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단수이(淡水) 연인의 다리(情人橋), 타이베이 동물원 근처에 있는 사찰 즈난궁(指南宮), 타이둥(台東) 싼셴타이(三仙台, 삼선대)... 로멘틱한 연인의 다리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없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플들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도시전설과 같지만 종교적 요소가 가미되면 영향력이 커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명소 외에 장화(彰化)에 있는 팔괘산(八卦山)은 데이트 최악 장소 1위로 꼽힙니다. 장화팔경(彰化八景, 장화 지역에 있는 8개의 풍경)의 으뜸으로 여겨진 팔괘산은 장화를 가장 잘 대표하는 랜드마크인데, 장화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절경 뿐만 아니라 이 곳에 23m 높이의 석가모니 불상이 있습니다. 장화사람들이 이 커다란 불상만 보면 집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신성한 곳은 어떻게 파국 명소가 되었을까요?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설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 커플이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해 결국 팔괘산 불상의 귓불에 목매어 동반자살했는데, 그 후 이 커플은 원혼이 되어 팔괘산에 온 커플들을 저주하고 헤어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팔괘산의 사찰 대불사(大佛寺)에서 여동빈(呂洞賓)이라는 도교신을 모시고 있는데, 여동빈은 연인을 추구하는 데 실패해서 의도적으로 커플들을 헤어지게 한다고 합니다. 여동빈을 모시는 즈난궁, 그리고 전설에서 여동빈이 머물었던 타이둥 싼셴타도 이로 인해 연인과 가면 안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2011년 타이완 대표 여성 그룹 S.H.E(에스에이치이)의 멤버(셀리나)가 팔괘산에서 결혼식을 칠렀고 5년 뒤 이혼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팔괘산에 관한 소문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일부 사람들은 전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집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며, 일부 사람들은 혼인 문제를 팔괘산이나 석가모니 불상의 탓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미신에 얽힌 일은 이성으로 접근하기엔 좀 어려운 것 같죠. 이 연예인은 몇 년 전에 재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팔괘산의 ‘파국 이미지’가 이미 타이완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커플들이 가면 안된다는 소문을 빼면 팔괘산은 여전히 가볼 만한 곳입니다. 팔괘산 대불사에는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 외에 유교의 시조 공자(孔子), 도교에서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신격화된 관우(關羽), 그리고 앞에 언급한 도교 신 여동빈 등을 모시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불사는 유교, 불교, 도교가 어우러진 타이완 종교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찰입니다.
종교적 가치 뿐만 아니라 역사 측면에서도 팔괘산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주 타이완에서 가장 일찍 개발된 도시의 하나인 루강(鹿港)을 소개해 드렸는데, 팔괘산이 위치한 장화시는 루강과 함께 청나라 시대 타이완 중부지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다만 무역으로 발전된 항구도시 루강과 달리 장화시는 정부기관이 많이 있는 행정중심이었습니다. 인근 타이중(台中)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중부 최대도시의 지위를 잃어버리지만, 현재 여전히 장화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행정구역입니다.
또한 타이완섬 서부 물류,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옛날은 청나라에 반항하는 항청운동과 일본에 반항하는 항일운동 등 민중봉기의 거점이었습니다. 당시 봉기를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장화시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성곽으로 해서 장화시는 ‘죽성(竹城)’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팔괘산은 적의 동태를 잘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고지로 자연스럽게 봉기의 근거지로 선택받았습니다. 청나라 시기에 원주민 봉기, 타이완 3대 민중봉기의 하나인 린솽원 사건(林爽文事件)과 다이차오춘(戴潮春事件) 사건 등 모두 팔괘산 일대에 일어났습니다. 1895년 타이완이 일본에 할양된 후 일본에 대항하는 타이완민주국이 설립되어 일본군의 타이완 상륙을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 곳곳에 전쟁이 발생한 가운데, 타이완민주국의 의병들이 팔괘산에서 일본군에게 심한 타격을 주었으나 방력의 수적 차이로 결국 패배했습니다. 장화가 함락된 후 일본군은 타이완 남부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팔괘산의 군사적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팔괘산 전투에서 순국한 선열들을 기념하기 위해 팔괘산에서 평화기념공원(乙未保臺和平紀念公園)이 설립되었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일본 기타시라카와노미야 요시히사 친왕이 팔괘산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하는데요. 일본 정부는 친왕이 타이난에서 병사했다고 밝혔으나 지금 팔괘산 석가모니 불상의 위치에서 친왕의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념비는 철거되었고 1956년 같은 자리에 장화 지역을 수호하는 불상이 세워졌습니다. 또한 일본 식민지 시대 해당 기념비 옆에는 온천욕장이 있었습니다. 지금 팔괘산에 가면 ‘온천로’라는 길을 볼 수 있지만 온천이 보이지 않습니다. 팔괘산 일대의 온천수가 이미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장화현정부가 관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거 온천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데 만약 가능한다면 앞으로 팔괘산에서 커다란 불상을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연인과 함께 갈지 말지는 좀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ㅎㅎ!
장화의 종교적 랜드마크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루강에 있는 유리 사찰 후성궁(護聖宮)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마주여신을 모시는 후성궁은 전 세계에서 유리로 지어진 유일한 마주묘이자 타이완의 유리공예와 종교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장화는 타이완 유리산업의 중심으로 타이완 최대의 유리박물관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에 루강에 가시면 유서가 깊은 문화재 뿐만 아니라 타이완유리박물관, 그리고 세계 최초의 유리 사찰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추가로 유리박물관과 후성궁은 연인과 함께 가셔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ㅋㅋ!
엔딩곡으로 (戀戀八卦山)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2023 Rti 팟캐스트 앙케트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