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5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기관의 장들과 정책홍보 책임자들이 정부 중앙청사로 총출동했다. 정책홍보의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고객관리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새파란 가을하늘과 토요일이란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노 대통령은 유쾌한 농담으로 참석자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습니다.
“주 40시간 근무제 하더라도 토요일 필요할 때 학습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토요일은 토요일입니다. 엘리베이터 타는 곳에서 총리와 인사를 나눴는데 ‘날씨가 참 좋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다음 무슨 말씀을 하실까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않더니 문 앞에서 ‘언제 소백산에 가시죠’ 하십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있고 ‘소금 먹은 사람이 물켠다’는 말도 있습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오면서 ‘토요일인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 말을 들으니까 움찔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진행된 2시간 반의 토론회는 한 참석자의 표현대로 “산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한 것”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극복할 수단이 ‘설득’ 밖에 없는 정책환경이 특정 정권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고 “설득이 바로 홍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서, 국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정책을 만들고 정책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춰서 사실대로 있는 대로 잘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정홍보처 폐지주장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던 과거에 대한 불안한 인상이 남아서 나오는 엉뚱한 말씀”이라며 “정책에 대한 오해나 왜곡에 대해 변명, 설득, 해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