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토크

서법/서예/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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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한국의 다양한 문화 이야기

-2024.07.23.
-진행: 노혁이, 백조미

-서법/서도/서예

백:

서예는 그냥 의사를 전달하는 부호라는 고정 개념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작품으로 변모한 것은 중국 동진시대 왕희지(생몰: 서기 303년~361년)가 후세에 막대한 영향을 가하면서 붓글씨 자체는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왕희지의 글씨가 최고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서체 역사에서 극히 중요한 관건적 작용을 일으킨 서예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개인적으로 서예작품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추상화로 바라볼 때도 있다. 지난 7월5일(금) 공항도시 타오위안(桃園)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국내 유일의 서예 전문 미술관인 헝산서법예술관(橫山書法藝術館)을 다녀왔었다. 마침 좋아하는 서예 작품, 그것도 타이완에서는 보기 드문 대한민국의 근현대 서예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감살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오늘 타이베이 토크에서는 노 작가와 함께 중화권에서는 '서법(書法)'이라 불리고, 한국에서는 '서예'라 하며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 부르지만 사실 다 같은 예술을 지칭하는 서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7월5일(금) 개막식 취재 및 전시에 대한 프로그램은 7월8일(월)에서 방송되었습니다.  https://kr.rti.org.tw/radio/programMessageView/programId/2/id/5562

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주관하는 대규모 한국 서예전이 대만에서 개막(7/5)

타오위안시 형산서법예술관

대만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와 달리 예술성을 중시한 한국의 서예(書藝)만의 독창성을 부각하는 작품들을 선별, 전시. 10월 21일까지.

한국에 하석선생님, 대만의 연농선생님과의 인연.

연농선생님께서 서예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서예를 하면 공부를 하고,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변하면 내 주위의 가족, 내 주위의 친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게 내 가족, 내 친구가 변화하면, 그 주위의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공동체들이 변화되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대만에서는 서법이라고 하고, 한국의 서예라고 하는 것처럼,

두 선생님들의 제자회도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한국은 하석 선생님의 겸수회라는 것이 있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겸손한 사람들이 모인 것. 서예를 취미로 하는 분들부터 전업 작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선생님의 제자로 수업을 듣고 있다.

대만은 일지서학회. 오직 한 뜻의 서학회. 20명이 안되는 소수정예여서 들어가기도 힘들고 엄격하다. 정말 서법은 일생의 업으로 삼은 분들이 들어가있다.

한국은 대학입시에서 한문과목이 없어진 이후에 한문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가 대입을 치르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자과목, 사자성어 같은 것들이 중요했다. 하지만 2017년이후로는 국어과에서 한자를 깊게 다루지 않는다.

90년대까지만해도 한국은 서예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많았다. 동네마다 서예학원도 있었고, 교양있는 사람의 필수 같은 것이 서예. 글씨를 잘쓰는 것을 인품과 동일시 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와 컴퓨터가 보급되고, 학생들이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타이핑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서예학원의 인기가 식게 되었다.

대만은 그래도 자국의 언어를 붓으로 쓰는 형태의 서법이 생활화되어있음을 느낀다. 한국은 기존 시대별 한자의 서체를 임서하면서 공부를 하는 형태라면, 캘리그래피처럼 보다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딴 자격증을 본 적이 있다. 포크레인 기사 자격증과 양복제단사 자격증. 당시 70년대에는 그런 직업이 선망의 대상.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 지금은 이런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서법을 하는 사람들, 서예를 하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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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토크By 최세훈, jennifer pai-白兆美, R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