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임기 말에 대통령의 무능함과 무기력이 밝혀지고 시민들은 절망의 한숨을 쉽니다. 뭔가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까요.
이럴 때면 나오는 푸념이 있습니다. 청와대 풍수가 좋지 않은 건가. 풍수 탓인가.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정말 풍수 탓인지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사실 청와대 터는 고려 때부터 천하제일의 복지로 평가된 것 같습니다. 고려의 삼경(三京)인 남경의 궁궐이 있었으니까요.
당시 청와대 터에 궁궐을 지어 1년에 4개월씩 머물면 36국이 조회하는 태평성대를 이룰 것이라 했습니다. 정말 1990년 청와대 경내 북악산 기슭에서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표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요.
조선시대 들어 청와대 터는 충성맹세의 장으로 변질됩니다.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놓고 충성을 다짐받는 ‘회맹식’을 벌였던 겁니다. 회맹단이 들어섰던 것입니다. 오로지 한사람을 위한 충성맹세를 행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사악한 전통이 이때부터 생겼던 걸까요.
여기에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관사를 세워 북악산-경복궁의 맥을 졸랐습니다. 북악산 자체가 풍수적으로 좋지않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그러나 풍수란 무엇입니까. 결국 땅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 합니다. ‘천하제일복지’가 ‘맹목충성흉지’로 변하게 만든 것이 바로 사람이 아닙니까. 주인에 따라 땅의 기가 바뀐다고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풍수라 합니다. 청와대 풍수는 과연 사실인가, 거짓인가. 하도 답답해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111회는 ‘청와대의 불행, 풍수 탓인가 사람 탓인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