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115회 닭의 항변-닭대가리라 부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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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 ‘닭대가리’라 놀립니다. 서양인들도 ‘Birdbrain’이라 손가락질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국인들이 새와 닭을 폄훼한다면 그것은 누워 침뱉기격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십시요. 혁거세(신라)·주몽(고구려)·수로(가야) 등이 모두 난생신화의 주인공들이 아닙니까.
따지고보면 동이계는 원래 새를 숭상하는 종족이었습니다. 닭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박혁거세가 태어난 우물이 바로 계정(鷄井·나정)이고, 부인 알영은 같은 날 계룡(鷄龍)의 왼쪽 갈비에서 태어났습니다. 알영의 입술은 닭부리 같았답니다. 경주 김씨를 비롯한 신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는 어떻습니까. 김알지가 태어난 숲에서 흰닭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신라를 닭의 숲, ‘계림’이라 부른답니다. 따지고보면 시계가 없던 시절 수탉의 울음소리는 어둠을 뚫고 밝은 세상의 개막을 알리는 서곡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닭을 ‘재수없는 닭대가리’ 쯤으로 폄훼되고 있습니다. ‘암탉이 울면 어쩌구’ 하는 ‘어혐속담’이 여전하고 요즘엔 너도나도 ‘닭’이라는 성을 붙여 현직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무지몽매한 혼군(昏君)의 실정을 죄없는 ‘닭’에 견주니 가만 있는 닭으로서는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입니다. 그렇지않아도 해마다 10억 마리의 닭이 희생되는 판입니다. 요즘엔 2500만마리의 닭이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말 그대로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새삼 어미닭도 병아리의 아픔을 보고는 애틋한 모정을 느낀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있답니다.
정유년이 시작됐지만 닭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닭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15회는 ‘닭의 항변-닭대가리라 부르지 마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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