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라는 역사인물이 있습니다. 한쪽 눈을 잃은 비운의 영웅 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라 말기의 혼란을 틈타 일어서 한때는 삼한 재통일의 가도를 달렸으나 너무 과속하는 바람에 왕건의 고려세력에게 패한 인물쯤으로 말입니다. 미륵불을 자처하고 허황된 관심법으로 신하들은 물론이고, 부인과 자식까지 무참하게 죽인 폭군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궁예는 그렇게 단순하게 폄훼될 인물이 아닙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한때는 영원한 평등세상을 이루는 대동방국, 태봉국의 기치를 드높인 난세의 영웅이었습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기에 폭군의 반열에 든 것일 뿐입니다.
또하나, 궁예가 웅지를 편 곳이 어딘줄 아십니까. 바로 철원의 드넓은 벌판, 지금은 비무장지대 안쪽인 풍천원입니다. 그 뿐입니까. 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을 딱 반으로 가르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궁예의 꿈이 서린 태봉국의 도성입니다.
물론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이제 궁예의 꿈이 서린 철원 비무장지대안 휴전선으로 가보려 합니다. 만약 남북한의 고고학자들이 둘레 12.5킬로미터가 넘는 저 엄청난 규모의 태봉국도성을 공동발굴한다면 어찌 될까요. 휴전선을 밟고 공동조사를 펼치는 남북한의 학자들…. 상상만 해도 기막힌 뉴스가 되지 않을까요. 궁예의 꿈도 함께 발굴해보면 어떨까요.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22회는 ‘휴전선…미완의 혁명가 궁예가 꿈꾼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