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138회 한마디 농담으로 세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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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삭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말은 쇠(金)를 녹인다는 사자성어입니다.
흔히들 유언비어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말이고, 여론의 무서움을 시사하는 성어입니다. 어쨌든 말(言)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말(舌)은 네 마리의 말(馬)이 끈 마차(駟)보다 빠르다”(駟不及舌)는 성어가 일러줍니다. 천하의 성인인 공자도 제자앞에서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정색하고 따지는 제자앞에서 “농담이야! 농담!”하며 쩔쩔 맸습니다. 연산군은 술자리에서 한 승진약속을 지켰습니다.
중국 주나라 성왕과 코흘리개 동생(우)의 일화를 전하면서 “군주는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산군이 인용한 주나라 성왕의 농담은 가히 ‘농담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3살 짜리 어린 천자는 동생하고 소꿉장난 하면서 “내가 너에게 주나라의 노른자 땅을 봉지로 내주겠다”고 장난쳤습니다.
그러나 곁에서 모든 사실을 기록하던 사관은 “빨리 약속을 지키라”고 채근했습니다. 성왕이 “그저 농담이었을 뿐인데 왜 그러느냐”고 항변했지만 사관의 대꾸는 추상같았습니다. “천자는 농담하면 안된다. 말을 뱉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할수없이 성왕은 동생에게 중국의 한가운데 땅을 봉지로 내주었습니다.
그 제후국이 중국 중원에서 건국한 춘추시대 진(晋)나라입니다. 농담한마디의 대가가 이렇게 컸습니다. 그뿐인가요. 한나라 고조 유방은 태자를 바꾸겠다는 농반진반의 이야기를 뱉었다가 엄청난 피바람을 불렀습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38회는 ‘한마디 농담으로 세운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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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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