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140회 오프더레코드까지 미주알고주알 보도한 조선시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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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1577년 8~11월 사이 약 100일간 발행된 민간인쇄신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이 100일간의 신문은 활자로 대량 인쇄되어 구독자인 사대부들에게 유료로 배포된 조보였습니다. 그런데 문헌기록을 보면 조선조 중종부터 조보가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선조시대에 잠깐 발행된 민간인쇄 신문과는 달리 승정원 주서가 편집한 조보내용을 베껴서 각 관청에 배포한 것입니다.
이런 조보에도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많이 실려있었습니다. 당연하지요. 각 도에서 올라온 행생 보고서와 임금과 신료들을 질타한 상소문, 그리고 임금이 내린 반성문까지 그대로 실었으니까요. 지금 기자들이 취재해서 보도한 정치·사회면 기사와 다를바 없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임금이 ‘오프더레코드’를 건 기사까지 실었답니다. 심지어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내용까지 마구 게재해버리는 바람에 ‘보도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도지침’ 따위에 관심이 없어 그냥 기사로 내보내는 승정원 주서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국왕의 건강 상태까지 미주알고주알 실은 자도 있었습니다.
기사내용을 보면 웃깁니다. ‘주상께서는 여색을 삼가라’는 상소문까지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세자빈의 간택날짜까지 어김없이 보도했으며, 당대의 권세가를 탄핵하는 상소문까지 신속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선조는 “상소문에 등장하는 ‘참 나쁜 신료 둘’은 누구를 지칭하느냐”고 묻고는 이 두 사람의 이름 만큼은 조보에 싣지 말라는 엄명까지 내렸답니다. 또 어떤 조보는 신임 이조판서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를 읽은 대소신료들이 ‘어찌 그런 사람을 이조판서로 발탁했느냐’고 공론을 모으는 바람에 결국 낙마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지상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셈이지요.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40회는 ‘오프더레코드까지 미주알고주알 보도한 조선시대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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