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전쟁을 끝으로 조선은 승리했다. 그러나 조선 정부가 건재한다고 해서 조선이 전쟁의 피해를 덜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조선 정부의 연명은 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일 따름이다. 이 국면을 전쟁으로까지 몰고 간 책임의 주체는 누구이며, 승리한 전쟁의 공로는 누구에게로 돌아갔을까? 엉뚱하게도 조선은 이 전쟁의 승리를 명의 원군에 돌렸다. 이 전쟁은 불가항력이어서 조선 정부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가렸다. 대신 명은 이른바 나라를 다시 만들어준 것과 같은 은혜, 곧 재조지은(再造之恩)의 나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