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충사를 다녀와 옛 자료를 뒤져보았다. 2005년 문화재청 자료를 보면 문화재에 걸린 역대 대통령의 글씨는 모두 37곳(43건)이었는데, 그중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는 28곳(34건)에 달했다. 지금은 교체되었지만 한글 현판인 ‘광화문’(사적 117호)을 비롯해 영릉·녕릉(사적 195호), 행주산성(사적 56호), 매헌 윤봉길의사 사적지(사적 229호),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사적 113호) 등 내로라하는 사적의 현판이 모두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다. 이중에는 율곡 이이 선생의 유허인 화석정(파주시유형문화재 61호)와 오죽헌(보물 165호)까지 포함돼 있다. 18년이나 집권한 탓도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 그 누구보다도 서예를 통치에 활용한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지나치면 본뜻을 잃는다’는 ‘완물상지론’으로 임금을 다그친 조선시대 신료들의 아우성을 떠올린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었고, 숙종이 심금을 울리는 제문과 함께 현판을 하사한 현충사보다는 박정희가 성역화한 현충사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