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유럽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지 않으려는 대인배의 나라다.”
청나라 외교관으로 주일청국참찬관이었던 황준헌(1848~1905)은 〈조선책략〉에서 미국을 ‘대인배의 나라’라 평했다. 이 책자를 읽은 조선 조야의 반향은 엄청났다.
고종은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지 않으려는 대인배이자 대양인인 미국의 중재자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는 훗날 드러난다. 먼로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외교정책과 제국주의 열강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국제외교의 냉엄한 현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