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이나 악기, 혹은 새나 짐승들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성대모사라고 부른다. 요즘 토크쇼에서 가장 많이 하는 개인기이며 장기 자랑을 하면 하나쯤은 나오는 레퍼토리다. 조선시대에는 성대모사를 입으로 내는 재주라는 뜻의 구기(口技)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의 구기꾼들은 전기수나 재담꾼처럼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면서 백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조수삼의 추재기이에는 뱁새라는 별명을 가진 구기꾼을 소개하고 있다. 뱁새라는 별명답게 키가 3척이 되지 않고 얼굴이 어린 아이처럼 작았다고 한 것을 보면 왜소증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대모사 실력만큼은 탁월했는데 특히 악기 소리를 잘 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입으로 생황과 퉁소 같은 악기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코로 거문고와 비파소리를 내서 화음을 맞추는 귀신같은 솜씨를 발휘했는데 원래 악기가 내는 것 보다 더 실감났다고 한다. 뛰어난 솜씨 덕분에 기방이나 양반집 잔치에도 자주 초대를 받았는데 그럴 때는 항상 형이 붙어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형은 동생과는 반대로 키가 훤칠해서 황새라고 불렸다. 키 차이가 꽤 나는 것으로 봐서는 진짜 형제가 아니라 경호원이나 매니저 격이 아닌가 싶은데 뱁새와 황새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빵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노리고 일부러 키가 큰 사람을 골라서 형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조수삼 역시 자신의 책에 두 사람의 인상 깊은 모습을 시로 남겨 놨다.
노래도 아니고 휘파람도 아닌 것이
구름을 뚫고 하늘까지 솟구치네.
코에서는 거문고와 비파 소리 들리고
입에서는 생황과 퉁소 소리 들리네.
협객들의 소굴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는
우스운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형님은 황새요
아우는 뱁새라네“
협객들의 소굴은 아마 한량들과 왈짜들이 어울리는 노름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축해본다. 어쨌든 키 작은 뱁새 동생과 키 큰 황새 형은 등장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아마 길거리를 지나가면 지금처럼 사인공세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다들 알아보지는 않았을까 싶다. 그 밖에도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 구기를 잘한다는 사람이 한둘씩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잘 알려지고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이런 예능은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가끔 TV에서 개그맨이나 일반인들의 깜짝 놀랄만한 성대모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조선시대 입으로 백성들을 사랑을 받은 키 작은 구기꾼과 그의 꺽다리 형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