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수공업 쪽글

[20화] '응팔'떡밥은 끝나지 않았다, 짜장면 선(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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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날씨가 너어어어어무 춥지요? 꽁꽁 싸매고 다니시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
최윤영 드림.
[짜장면 선(禪)]
**선(禪):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무아적정(無我寂靜)의 경지에 도달하는 정신집중의 수행(修行)방법.
짜장면을 먹었다. 갈색기름이 번들거리는 짜장면 그 황홀한 자태를 떡 하니 앞에 두고 먹어도 될까를 그제야 망설이는 통에 면발이 불었다. 짜장면 앞에서까지 망할 소심함이냐. 이것이야말로 비극적인 상황이다. 엄마 말마따나 나는 시퍼렇게 젊은 놈인데. 잘 먹고 다녀야 할 젊은 놈인데. 그깟 3000원짜리 짜장면을 먹을까 말까, 사실은 먹을 수 있을까 참아야 할까를 두고 심각해지는 꼴이다.
누구에겐 3000원이 우습겠지만 뭐 그렇다고 나의 3000원이 특별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면서도 800원짜리 짜장 라면을 버젓이 두고 3000짜리 중국집 짜장면을 사먹는 건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다. 콩나물 1500원어치 사면서 바득바득 500원을 깎아 달라 하는 돈 없고 우악스런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종의 죄책감이니 미안함이니 하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짜장면 한 그릇에 그 망할 놈의 ‘번뇌’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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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수공업 쪽글By 최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