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무슨 그림일까.”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인 1970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이 울산 울주군 언양읍 일대의 불교유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단은 특히 천전리와 대곡리 일대의 계곡에서 원효대사가 양지의 도움을 받아 〈초장관심론〉과 〈안신사심론〉 등을 저술했다는 반고사터를 찾고 있었다.
반고사터로 추정되는 반구대 마을에는 절터는 물론 정몽주의 유배를 기념하는 사당터도 있었다.
1965년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마을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강가의 절벽엔 조선의 선비들이 시회(詩會)를 열고 그 기념으로 새긴 한시와, ‘나 여기 다녀갔소’를 알린 사람의 낙서, 그리고 학과 같은 그림들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