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216회 ‘에밀레종, 천상의 소리’ 수수께끼는 비대칭 불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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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 신종(국보 제29호), 일명 ‘에밀레종’을 둘러싼 설화는 해괴하고 끔찍하다.
같은 주제인데 여러 버전으로 전해진다. 즉 성덕대왕 신종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해서 스님들이 시주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그런데 어느 가난한 집 부인이 시주를 받으러 문을 두드린 스님에게 “마음 같아서는 시주 하고 싶지만 있는 것은 갓난아이 뿐이니 이 아이라도 시주 받겠냐”고 했다. 스님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그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열심히 시주받아 종의 제작에 보탰다. 그러나 이상스럽게도 종은 완성되지 않았다. 스님이 이상하게 여겨 점을 쳐보니 ‘받을 시주를 받지 않아서 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궤가 나왔다. 스님이 문득 갓난 아이를 시주하겠다던 부인을 떠올렸다. 스님은 그 집을 찾아가 아이를 데려와 쇳물에 던져버렸다. 그제서야 종은 완성됐다. 이후 종은 어미를 원망하는 아이 소리처럼 ‘에미 탓’ ‘에미 탓’이라 했고, 그것이 ‘에밀레’로 바뀌었다.
다른 버전도 있다. 봉덕사에서 성덕대왕 신종을 제작하기로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봉덕사 종장인 일전 스님은 비난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일전 스님에게는 과부의 몸으로 얹혀살던 여동생이 있었는데 이 여동생은 오빠의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여겨 자기 아이를 바치기로 한다. 결국 아이가 쇳물이 펄펄 끓던 도가니 속에 투입된다. 그제서야 종이 완성되고, 어미를 원망하는 ‘에밀레’ 종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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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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