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22회의 주제는 ‘광해군이 부러워한 고려 외교’입니다.
조선의 광해군은 조정의 공론을 한심스러워하면서 “제발 고려의 외교 좀 배우라”고 했답니다.
세상 돌아가는 형세도 모르면서 말로만 ‘숭명배청’이니 ‘재조지은’이니 떠들면서 주야장천 다쓰러져가던 명나라만 섬기려하는 대신들을 ‘한심한 인사들’이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광해군은 왜 ‘고려의 외교를 배우라’고 했던 걸까요. 고려는 비록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피곤한 줄다리기 외교를 펼쳤답니다. 하지만 거란은 물론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원)의 애간장을 녹일만큼 능수능란한 곡예외교를 펼쳤습니다. 오죽했으면 80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한 거란이 서희의 ‘세치혀’에 말려 280리나 되는 땅(강동 6주)을 떼주었겠습니까. 서희로 대표되는 고려의 외교관들은 강대국 황제들을 쥐략펴락하면서 어지간히 괴롭혔답니다.
심지어 세계제국 원나라는 고려의 애간장 외교를 견디다 못해 재침공의 계획까지 세웠지만 끝내 포기했다네요.
대신들이 “지금 고려가 원나라를 섬기고 있지만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만약 저들이 험준한 산에 기댄다면 100만 대군을 동원해도 함락시킬 수 없다”는 불가론을 펼쳤다네요.
과연 고려의 외교가 어땠기에 송나라, 거란은 물론 원나라까지 벌벌 떨었을까요. 고려의 균형 외교가 주는 교훈, 그리고 그것을 부러워한 광해군의 장탄식….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눈터지는 균형외교를 펼쳐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되돌아봐야 할 주제입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에서 들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