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연예인 비사(祕史)

26. 조선의 신동엽. 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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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걸 그룹들의 과다한 노출이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성의 상품화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어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서 문득 남녀칠세부동석의 나라 조선에는 어른들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추재기이에서 의영에 관한 이야기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길거리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는 재담꾼이었다. 비록 실력은 김 옹이나 김중진 같은 이들에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음담패설’이었다. 그것도 슬쩍 비춰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노골적으로 선 보였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을 때 내는 신음소리와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한다. 거기에 곁들여서 동물들의 흉내를 냈다고 하니까 아이들도 왔다 갔다 하는 훤한 대낮의 길거리에 노골적인 19금 공연이 라이브로 펼쳐진 것이다. 사실 조선후기에는 성인문화가 꽃을 활짝 피웠다. 기방에서는 신입 기생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손님들 앞에서 옷을 다 벗기는 신고식을 했다. 노골적인 춘화도도 널리 퍼졌고, 금병매 같이 중국에서 들어온 성애소설들도 안 읽는 이가 없었다. 재담꾼 김 옹도 음담패설집인 어면순에 담긴 이야기들을 자주 얘기했다고 하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에 관한 호기심과 열정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유학을 숭상하던 사대부들의 나라 조선 역시 아랫도리는 무장해제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의영이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실력으로는 재담꾼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자기만의 분야를 개척한 것일까? 하지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천하에 즐기고 구경할만한 것으로 이것만한 것이 없다. 가볍게만 생각하지 말고 도안(道眼), 즉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터득할 수 있고, 과하지 않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얘기는 의영이 길거리에서 음담패설을 하고 음란공연을 한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비록 난잡하고 음란하다는 비난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의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활동을 한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케이블에서 맹활약을 하는 신동엽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보인다. 다른 재담꾼에게서는 보기 힘든 노골적인 음담패설과 음란함 덕분에 그는 거리의 명물이자 스타로 대접받으면서 조수삼이 쓴 추재기이의 한 켠에 실리는 영광을 누렸다. 조수삼은 효녀와 효자, 명망 높은 학자들과 위대한 시인들 사이에 이렇게 음란함으로 먹고 사는 사람을 올렸다. 그것은 의영의 존재, 나아가서는 음담패설과 외설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크게 사랑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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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연예인 비사(祕史)By 스마트 미디어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