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답(畓)’자네.” 지난 6일 경북 경산 소월리에서 사람 얼굴 모양 토기와 함께 출토된 목간을 판독하던 전문가들의 눈이 빛났다. 이 목간은 마을(谷)에 쌓은 제방(둑·堤) 덕분에 혜택을 본 주민들에게 이른바 이익분담금을 할당하면서 토지 단위인 ‘결(結)과 부(負)’를 기준으로 삼은 내용으로 얼개가 읽혔다.
그런데 94자에 달하는 글자를 한자한자 읽으면서 특히 눈에 밟힌 것이 있었으니 바로 논을 뜻하는 ‘답(畓)’자였다. 김재홍 국민대 교수 말마따나 이 ‘답’자는 중국에도 없고, 심지어 인근 백제에서도 쓰이지 않던 신라 고유의 글자이기 때문이다. 답(畓)은 글자 형태가 보여주듯 물 수(水)자와 밭 전(田)자를 합한 글자다. 말하자면 요즘의 인터넷 줄임말인 ‘갑분싸’니 ‘소확행’이니 ‘비담(비주얼 담당)’을 연상케하는 1500년전 신라인 특유의 줄임 신조어(답·畓)를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