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290회 전염병의 참상에 맞선 조선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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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슬프다. 너는 지금 나를 버려두고 돌아갔는가. 오장(五臟)을 칼로 쪼개는 것만 같구나…”.
1625년(인조 3년) 3월 조선의 예학자 정경세(1563~1633)가 두창(천연두)으로 죽은 맏아들 정심(1597~1625)을 기리며 쓴 제문의 첫머리다.
더욱 심금을 울린 것이 있다. 아들(정심)이 죽기 하루 전에 정심의 아내가 고향집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정경세는 “자식을 낳아 기뻐했을 며느리가 5일 후 남편의 부고를 듣게 되었으니 얼마나 애통하겠느냐”고 가슴을 쳤다.
정경세는 “자식 잃은 난 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면서 “관직을 벗어 던지고 너의 관을 싣고 돌아가 네 무덤을 만들고 네 어린 자식을 기르며 남은 삶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울부짖었다. 정경세는 자식을 전염병으로 잃은 아비의 마음을 “오장(五臟)을 칼로 쪼개는 것만 같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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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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