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성현들은 모두 사라지고 술 잘 하던 사람만이 이름을 남겼네…그대와 함께 마시면서 만고의 시름을 녹여 버리리라.”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장진주(將進酒)’ 중 한 대목이다. ‘인생이란 뜻을 얻었을 때 즐겨야 하므로…마셨다 하면 300잔은 마셔야 한다’면서 풍류남아의 호방한 기백을 토해냈다.
임금과 신하들의 술자리라면 어떨까. 심심찮게 죽음의 향연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술자리에서 ‘역린’을 건드려 군주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변해서 평소에도 파악하기 어려운 ‘군주의 역린’을 어떻게 취중에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